수업도, 쉬는 시간도

함께 웃고 부딪히며 성장하는

거캐머의 진짜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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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캐머의 진짜 일상

오늘의 거캠코어랩 '두통' 시간 — 머리가 통해야 진짜 배움이 시작됩니다

2026-03-19

거꾸로캠퍼스 코어랩에는 '두통' 시간이 있습니다.

이름부터 범상치 않죠. 왜 하필 두통일까요? 이 시간에는 도대체 무엇을 하는 걸까요?


'두통(頭通)'이란 무엇인가

두통은 한자 풀이 그대로 '머리로 통하는 시간'입니다. 학기 주제를 인문학적 관점으로 깊이 들여다보는 시간이에요. 2026년 1학기 주제는 '세계 시민으로서 문화 다양성을 이해하고 주체적으로 실천한다'입니다.

하지만 이 시간의 목표는 "모든 문화를 존중해야 한다"는 반듯한 정답을 가르치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그 반대입니다. 아이들이 안락한 생각의 틀을 깨고 나와, 지독하게 앓아야 할 '인지적 두통'을 선물하는 시간입니다. 진정한 배움은 기존의 관념이 흔들리는 불편함 속에서 시작되기 때문입니다.


왜 '게으른 관용'은 위험한가

우리는 흔히 문화 다양성을 이렇게 말합니다. "틀린 게 아니라 다른 것이다."

그런데 누군가의 전통이 인권을 짓밟거나 생명을 위협할 때조차 '다양성'이라는 이름으로 방관하는 것이 옳을까요? 단순히 다름을 인정하자는 태도는 때로 폭력을 방관하는 무책임이 되기도 하고, 반대로 나의 잣대로 타인의 문화를 뜯어고치려는 오만함이 되기도 합니다.

이 깊은 모순을 정면으로 마주하기 위해, 이번 수업은 플라톤의 《국가》를 교실로 가져왔습니다.


교실에서 벌어진 치열한 사유의 현장

학생들은 먼저 현실 세계의 날카로운 딜레마들과 마주했습니다. 가문의 명예를 위해 여성을 살해하는 '명예살인', 종교적 이유로 교육을 거부하는 '아미쉬 마을', 이누이트족의 '전통 고래 사냥'. 이것은 존중받아야 할 문화인가, 아니면 개입해야 할 악습인가.

그 다음, '동굴의 비유 10문 10답' 활동을 통해 플라톤의 비유를 현실과 연결 지었습니다.

  • "벽에 비친 그림자만 보며 그것이 진리라고 믿는 죄수는 현실에서 누구인가?"
  • "죄수들을 속여 그림자를 만드는 '조종자'는 현실에서 어떤 존재인가?"
  • "우리가 믿는 '태양(인권)'조차 서구 사회가 만들어 놓은 인공 조명은 아닌가?"
  • "비웃음과 위협을 무릅쓰고 다시 동굴로 내려가 개입하는 것이 진짜 실천인가?"

자신이 믿어왔던 가치들이 얼마나 연약한 지반 위에 있는지 깨닫는, 고통스럽고도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아이들은 '빨간 약'을 삼켰습니다

영화 《매트릭스》에서 네오가 진실을 마주하기 위해 빨간 약을 선택하듯, 거캐머들은 이번 수업을 통해 안락한 무지 대신 불편한 진실을 선택했습니다.

플라톤은 말했습니다. 교육받은 사람이라면 마땅히 다시 동굴(현실)로 내려가, 어둠 속에 있는 사람들과 함께 살며 익숙해져야 한다고. 정답이 없어 괴로운 이 두통을 견뎌내며, 거캐머들은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고 주체적으로 행동하는 힘을 조금씩 키워가고 있습니다.


수업을 마치며, 이 질문을 함께 나눕니다

이번 수업의 마지막에 학생들에게 이런 질문을 던졌습니다. 사실 학생들에게 던진 질문이기도 하지만, 저 자신에게, 그리고 이 글을 읽는 모든 분께 함께 드리고 싶은 질문이기도 합니다.

  • 우리가 굳게 믿고 있는 '보편적 가치'라는 태양은, 혹시 누군가 정교하게 만들어낸 인공 조명은 아닐까요?
  • 문화 다양성을 존중한다는 세련된 말 뒤에 숨어, 정작 개입이 필요한 진실 앞에서 방관하고 있지는 않나요?
  • 누군가 안락한 동굴을 박차고 나올 때, 우리는 그 고통스러운 성장을 함께 견뎌낼 준비가 되어 있을까요?

거꾸로캠퍼스의 교육은 지식을 전달하는 데 있지 않습니다. 아이들이 기꺼이 빨간 약을 삼키고, 어두운 동굴 속으로 다시 내려가 타인의 고통을 마주할 줄 아는 용기를 갖게 하는 것. 그것이 이 지독한 두통을 함께 앓는 이유입니다.


"여러분은 더욱 훌륭하고 더욱 철저한 교육을 받은 사람이 된 것입니다. 그러니 여러분은 차례대로 남들과 함께 살고 있는 곳(동굴)에서 내려와서, 어둠 속에 있는 것을 보기에 익숙해져야 합니다." — 플라톤, 《국가》 제7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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