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사회문제해결 프로젝트가 예비 창업까지 이어지는 모습은 공교육 안에서 직업교육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실제 진로 경로는 어떻게 나타나고 있는지, 학교에서는 이를 어떻게 안내하고 지원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먼저 말씀드리고 싶은 점은, 거꾸로캠퍼스에서 창업은 중요한 결과 중 하나일 수는 있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라는 점입니다. 학생들이 사회문제 해결 프로젝트를 끝까지 밀고 가다 보면 창업이라는 형태로 이어지기도 하지만, 거꾸로캠퍼스가 지향하는 것은 지속 가능한 사회 문제 해결 대안, 나아가 모델을 만드는 데 있습니다. 창업은 그 모델을 구현하는 여러 방식 중 하나일 뿐이고요. 그래서 창업 여부만으로 프로젝트의 임팩트를 판단하지는 않습니다. 학생들에 대한 진로 가이드 역시 같은 관점에서 이루어집니다. 거꾸로캠퍼스 교사가 학생들에게 가장 먼저 묻는 질문은 “무엇이 되고 싶은가?”가 아니라 “어떤 삶을 살고 싶은가?”입니다. 학생들은 10년 후의 직업이 아니라, 어떤 가치를 만들어내는 사람으로 살고 싶은지를 먼저 그려보고, 그에 맞는 자기만의 로드맵을 설계합니다. 이런 맥락 속에서 학생들 중에 약 60~70%가 대학 진학을 선택하는데, 주로 태재대학교나 몬드라곤팀아카데미(MTA), 미네르바스쿨 등과 같이 소위 미래형 혁신대학으로 진학하는 경우가 많고요. 나머지는 창업이나 취업을 선택합니다. 이처럼 학생들의 진로 선택 분야는 비교적 다양하지만, 학생들이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설계하고 선택한다는 점은 같습니다.
Q. 거꾸로캠퍼스 학생들은 각 과정 별 프로젝트를 통해 스스로 지속가능한 삶의 경로를 만들고 실행하는 특징이 있습니다. 그것이 창업, 진학 등과 같은 다양한 방식으로 나타나고요. 이 학생들이 사회에 진출해서도 일반적인 학생들과는 다른, 눈에 띄는 모습이 있나요?
맞습니다. 거꾸로캠퍼스 출신 중에는 사회문제 해결을 중심으로 하는 소셜 임팩트 영역으로 실제 진출하는 경우가 꽤 많습니다. 관련 네트워크 행사에 가면 "어, 여기에도 우리 졸업생이 있네?" 하는 순간이 자주 있을 정도예요. 한 졸업생은 함께 밥을 먹으면서 "이쪽(사회문제) 아니면 재미가 없어요."고 했는데, 그만큼 사회문제 해결을 삶의 중심에 두고 살아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또 다른 사례로, 재학 중에 직접 앱을 만들어 출시까지 했던 학생은 졸업 후 대학 진학 없이 스타트업 개발자로 일하다가, "나만의 길을 한 번 더 만들어보고 싶다"며 프리랜서, 창업 등 다양한 방식을 실험해 왔습니다. 그러다 다시 학교와 연결되어 지금은 학생들에게 AI 앱 개발 수업을 직접 가르치기도 하고요. 오늘도 수업을 하고 갔습니다. 이런 사례들을 보면서 느끼는 건, 졸업생들이 정해진 경로를 따라가기보다 자기만의 방식으로 재미있고 의미 있는 삶을 계속 실험해 나간다는 점입니다. 그것이 거꾸로캠퍼스 교육이 남긴 가장 중요한 흔적이 아닐까 싶습니다.
Q. 거꾸로캠퍼스의 교육효과는 훌륭해 보입니다. 그러나 정성적인 성장 중심 평가를 하고 있으니, 이런 교육적 성과를 논리적으로 잘 정리하여 알리고, 외부적으로 소통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는데요. 이와 관련해서 구체적인 계획이나 전략이 있으신지요?
거꾸로캠퍼스를 처음 만들 때부터 지금까지 변하지 않은 생각은 단순히 좋은 학교 하나를 만들어 좋은 학생 몇 명을 잘 키우는 것을 넘어서서 우리의 교육 모델이 현실에서 실제로 작동하는 교육이라는 점을 증명하고 확산시키고 싶습니다. 특히 ‘역량 중심 교육’은 그동안 말로는 많이 이야기됐지만, 현실에서는 마치 존재하지 않는 허상 속 유니콘처럼 느껴지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저희는 역량 교육이 추상적인 개념이 아니라, 현실에서 살아 숨 쉬며 작동할 수 있는 모델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이런 문제의식 속에서 확산을 위한 시도와 성과도 조금씩 쌓여 왔습니다.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일부 시, 도교육청에서 최근들어 공립형 대안학교를 세우고 있는데, 이와 관련하여 저희들이 직접 컨설팅을 진행하기도 했고요. 특히 2025년에는 교육청 관계자와 일선 학교 교장 및 교사 등 약 500명 정도가 방문할 정도로 큰 관심을 보였습니다. 이 가운데에서 ‘코어랩’ 과정으로 교육부 장관상을 타기도 했고요. 이런 성과들을 토대로 이제 다음 단계로 고민 중인 것은, 거꾸로캠퍼스가 사회의 다양한 문제들을 여러 방식으로 해결하고 있는지를 보다 분명하게 설명하고 정의하는 일입니다. 이를 위해 교육의 성과와 변화를 임팩트 지표로 정리하고 측정하는 작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Q. 그런데 어떤 학부모들은 좋은 대학으로의 진학을 기대했다가 아이가 다른 방향으로 진로를 선택하는 모습을 보며 당황할 수도 있겠습니다. 실제로 학부모들은 거캠의 교육과정을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지, 기대의 차이가 생길 때 어떻게 줄여나가는지 궁금합니다.
학부모 인터뷰나 만족도 조사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공통된 이야기는 ‘우리 아이가 무엇이든 스스로 하게 됐다.’는 점입니다. 예전에는 시켜야만 움직이던 아이가 이제는 스스로 계획하고, 시도하고, 책임지려고 하는 모습으로 바뀌었다는 점을 학부모들은 굉장히 큰 변화로 느끼고 계십니다. 이에 대한 만족도가 상당히 높습니다. 물론 교육기관으로서 결과에 대한 만족도 중요합니다. 학생이 교육을 통해 자신이 원하는 삶의 방향에 실제로 다가갈 수 있었는가, 이 부분은 학부모들에게도 여전히 중요한 기준이죠. 현실적으로는 그 결과가 대학 진학이나 취업으로 연결되기도 하고요. 다만, 거꾸로캠퍼스는 대학 진학을 유일한 목표로 두기보다는, 학생의 삶의 방향 속에서 대학이 필요한 선택이라면 그때는 학교가 최선을 다해 지원한다는 관점을 학부모들께 꾸준히 설명 드립니다. 실제로 학생이 대학 진학을 진로로 설정하면 그에 필요한 준비와 지원을 적극적으로 하고 있고, 이 과정에서 학부모들이 느끼는 ‘결과에 대한 불안’을 줄이기 위한 노력도 계속하고 있습니다.
Q. 학부모들은 사실 진학, 취업, 창업 그 자체보다는 아이가 진로를 스스로 설계하고 책임지는 힘을 갖추는 것에 관심을 갖습니다. 그런 아이라면 걱정 없지요. 학교가 이런 변화를 잘 보여줄 수 있다면 입시나 취업의 성과와 관계없이 신뢰도를 높일 수 있을 것이고요.
네, 기본적으로 말씀의 취지에 공감합니다. 그런데 입시도 아이들의 성장에 있어 중요한 부분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학생들 중에 ‘내 삶에서 대학을 들어가는 게 꼭 필요합니다.’ 라고 한다면 그들이 대학에 들어갈 수 있게 지원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그렇다고 수능 준비를 시켜준다거나 수시 지원을 위한 전략을 짜주는 것은 아니고요. 다만 학생들이 그동안 거꾸로캠퍼스에서 실천한 다양한 경험들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게 그들과 소통을 통해 최선의 지원방안을 마련해서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Q. 그런데 그렇게 입시 지원을 하다 보면 자칫 거꾸로캠퍼스가 추구하는 교육 방향에서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요? 입시 지원과 기존 교육과정이 충돌하지 않는 방안이 있나요?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거꾸로캠퍼스에서는 수능 시험 준비나 수시 전형 전략 제공 등의 방식으로 대학 진학을 돕지는 않습니다. 저희들은 ‘거꾸로캠퍼스에서 성장하면 어디서든 탐낼 학생이 된다.’ 라는 지론에 따라 학생들의 성장과정과 성과들을 잘 드러낼 수 있게 고민하고, 지원합니다. 물론 현실적 한계는 있습니다. 현행 대학입시제도는 학교 밖 대안교육을 이수한 학생들에게는 불리하고요, 대학교들 중에는 대안학교 출신 학생들을 선호하지 않는 곳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대입제도도 조금씩 다양하게 변화하고 있고, 태재대학교와 같이 새로운 형태의 대학들도 등장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학교들은 거꾸로캠퍼스 학생들을 선호합니다. 앞으로도 이런 형태의 대학교나 교육기관들은 늘어날 것이라고 보고요. 학생들의 선택지도 넓어지겠지요. 정리하면 여기서 제가 말하고자 하는 ’입시‘는 일반적인 대학 진학이 아니라 학생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새로운 배움의 길을 열어주는 과정으로 봐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Q. 거꾸로캠퍼스의 입시 지원은 학생들이 쌓아온 경험과 성장을 잘 정리해 다음 배움의 장으로 이어주는 진로 지도에 가깝군요. 실제로 좋은 성과를 거둔 사례가 있을까요?
네, 대표적인 성과를 말씀드리면 25년 태재대학교 입학생 중에 거꾸로캠퍼스 출신 학생이 수석을 했거든요. 사실 이 학생이 높은 시험 점수를 받은 건 아니었어요. 다만 거꾸로캠퍼스에서 사회문제해결 프로젝트 후에 창업까지 연결하는 등 적극적이고 주도적인 모습을 보였는데, 이 부분이 평가에서 상당히 좋은 영향을 미쳤다고 봅니다.
Q. 거꾸로캠퍼스는 진학, 창업, 취업 전반에 걸쳐 의미있는 성과를 내고 있는 것 같네요. 교육의봄에서도 2022년부터 지금까지 60여 곳의 기업들과 인터뷰를 했는데요. 이들이 선호하는 역량들을 정리해 보니 자율성, 문제해결력, 협업 능력이더라고요. 그런데 거캠의 교육과정이 이 3가지 역량을 기르는 것과 맞닿아 있다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채용 방식의 변화를 고민하는 기업들에게 거캠의 교육이 갖는 의미에 대해 한 말씀 부탁드리겠습니다.
거꾸로캠퍼스 교육과정 안에는 모든 학생이 참여하는 것은 아니지만, 일부 학생들이 선택해 경험하는 인턴십 과정이 있습니다. 사회문제 해결 프로젝트를 끝까지 수행한 학생들은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기획, 프로젝트 매니지먼트, 디자인, 개발, 마케팅 등 자신만의 직무 역할을 만들어내게 됩니다. 이 역할을 학교 안에서만 수행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 기업이나 스타트업 현장에서 경험해 보고 싶어 하는 학생들과 인턴십으로 연결하고 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인턴십을 진행한 기업들의 피드백이었습니다. 실제로 “대졸 신입보다 낫다”는 평가를 들은 적도 여러 번 있었는데, 그 이유는 이 학생들이 단순히 지시를 기다리는 인턴이 아니라, 이미 프로젝트 경험을 통해 자기 역할을 인식하고, 회의에서 의견을 말하고, 실제 업무를 책임감 있게 수행하는 태도를 보여주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래서 인턴십 이후 정규직 제안을 받은 사례도 적지 않게 나타났습니다.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기업가와 채용 담당자분들께 꼭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하나입니다. “거꾸로 캠퍼스에 직접 오셔서 한 번 우리 아이들을 봐주십시오.” 하는 것입니다. 학생들이 어떤 교육을 받고, 어떤 성장 과정을 거쳐, 어떤 결과물을 만들어냈는지를 직접 보신다면 충분히 교육과 채용이 서로를 자극하고 강화하는 선순환적인 생태계를 함께 만들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Q. 교육의봄도 거꾸로캠퍼스와 같은 좋은교육기관들이 좋은채용기업과 만나 서로 교류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 것입니다. ‘좋은교육기관찾기’ 인터뷰의 시그니처 질문입니다. ‘거꾸로 캠퍼스가 생각하는 역량교육은 무엇인가요? ’역량교육은 OO다’ 라고 대답해 주세요.
저는 ‘역량교육은 학생들에게 나침반을 갖게 해주는 교육이다.’ 라고 생각합니다. 나침반은 길과 정답이 이미 정해져 있을 때는 필요하지 않아요, 하지만 사막이나 망망대해처럼 길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는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할지를 알려주는 유일한 도구가 됩니다. 지금처럼 정답도 없고 예측도 어려운 시대에는 누군가가 대신 방향을 정해줄 수 없습니다. 그래서 학생 스스로 자신의 나침반을 가질 때, 어디로 가야 할지 판단하고 그 방향으로 나아갈 힘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거꾸로캠퍼스의 교육이 또 한 번 외부로부터 의미 있는 인정을 받게 되었습니다.
(재)교육의봄은 출신 학교 차별 없는 채용문화 확산을 위해 2022년부터 활동해온 교육 시민단체입니다.
기업들의 역량 중심 채용 변화를 꾸준히 확인해온 이 단체는, 그 연장선에서 2025년 10월부터 '좋은교육기관찾기' 프로젝트를 시작했습니다.
입시 경쟁을 넘어 아이들이 세상을 살아가는 데 진짜 필요한 역량을 길러내는 기관을 직접 찾아가 소개하는 활동입니다.
거꾸로캠퍼스는 그 다섯 번째 탐방 기관으로 선정되었습니다.
인터뷰에서는 AI 시대에 필요한 역량이 무엇인지, 거캠의 교육과정이 어떻게 그것을 키워내는지, 그리고 우리 학생들이 어떤 성장을 이루고 어떤 길을 걷고 있는지를 폭넓게 다루고 있습니다.
글과 영상(3부작) 모두 공개되어 있으며, 거캠의 교육을 더 깊이 이해하고 싶으신 분들께, 또 주변에 거캠을 소개하고 싶으실 때 좋은 자료가 될 것입니다.
인터뷰 전문을 아래 함께 올려두었고, 블로그는 아래 링크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 교육의봄 블로그 바로가기
(재)교육의봄은 2022년부터 '좋은채용기업찾기' 캠페인을 통해 기업 채용이 학벌·스펙 중심에서 역량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음을 확인했습니다. 그리고 이를 접한 여러 학부모를 비롯한 시민들이 역량 중심 교육을 하는 기관들을 찾아 소개해달라고 요청해왔고, 2025년 10월부터 '좋은교육기관찾기' 프로젝트를 시작했습니다. 이 프로젝트는 입시 경쟁을 넘어 세상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핵심 역량을 길러내는 좋은교육기관을 찾아 직접 탐방하고, 알리는 데 초점을 두고 있습니다.
〈좋은교육기관찾기〉 다섯 번째 탐방 기관은 서울 성북동에 위치한 거꾸로캠퍼스 입니다. 거꾸로캠퍼스는 학생들이 스스로 질문하고 협력해서 문제를 해결하는 프로젝트 중심 수업을 운영하는 대안교육기관입니다. 본 인터뷰에서는 거꾸로캠퍼스 이정백 교장선생님을 만나 AI 시대에 필요한 역량이 무엇인지, 그것을 학교에서 어떻게 가르치고 있는지, 학생들이 직접 사회 문제를 다루는 프로젝트는 어떻게 진행되는지, 그리고 졸업 후 학생들이 어떤 길을 걷고 있는지에 대해 폭넓게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거꾸로캠퍼스 이정백 교장(좌), 교육의봄 송인수 공동대표(우)
Q. 만나서 반갑습니다. 간단하게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거꾸로캠퍼스 이정백입니다. 학교 안에서는 ‘쩜백’ 이라는 별칭으로 불리고 있고요, 맡고 있는 직책은 헤드티쳐로 교장으로 생각해주시면 됩니다.
Q. 그렇군요. 그런데 이정백 교장 선생님께서는 거꾸로캠퍼스에 오시기 전에 고등학교 선생님으로 근무를 하신 것으로 들었습니다. 그런 모험을 하시게 된 계기가 있었나요?
네, 저는 공교육의 고등학교 교사로 10년간 근무를 했는데요, 학교에 있으면서도 공교육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절감했고, 그것을 변화시키기 위한 노력들을 동료 선생님들과 함께 했었어요. 그런데 갈수록 그 안에서 ‘의미있는 변화를 만들어내는 것이 쉽지 않다, 어렵다.’ 라는 생각을 갖게 되었어요, 다행히 당시 결혼을 약속한 사람, 그러니까 지금의 아내가 이런 저의 고민을 듣고 하고 싶은 일이라면 해보라고 지지를 해줬고요. 그래서 ‘바깥으로 나가서 내가 직접 이 시대에 맞는 교육을 만들어보자’ 라고 결심하고, 거꾸로캠퍼스에 합류하게 되었습니다.
Q. 그렇군요. 인생의 중요한 기로에서 가족들이나 가까운 지인들이 그 뜻을 이해하고 동의해주는 것은 굉장히 큰 힘이 되지요. 처음 거꾸로캠퍼스에 오셨을 때 어떠셨나요? 거꾸로캠퍼스는 어떤 교육을 하는 곳인가요?
네, 거꾸로캠퍼스는 지금 시대에 가장 필요하다고 여겨지는 ‘역량 중심 교육을 프로젝트 학습으로 교실에서 구현 중인 미래학교’ 라고 설명을 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초기에는 거꾸로 캠퍼스의 ‘거꾸로’라는 명칭이 ‘거꾸로 교실’이라고 알고 있는 수업 방식(Flipped Learning)*을 뜻하는 것이었는데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단순히 수업방식 뿐만 아니라 교육과정 전반을 학생들이 진짜 배워야 할 것들로 바꿔야겠다고 느꼈어요. 그래야 아이들이 세상을 새롭게 바라보는 관점을 갖게 될 것이라고 보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지금의 ‘거꾸로’는 세상을 새롭게, 뒤집어 보도록 한다는 의미를 띄고 있습니다.
* Flipped Learining: 온라인 강의 등으로 개별 사전 학습을 하고, 교실에서는 토론, 문제 해결, 심화 활동 등 상호작용 중심의 활동 학습 방식인 일컫는다. 이는 일반적인 학교 교육 (교사의 이론 강의 → 적용 (문제풀이, 실습/실험 등))과 과정상 반대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거꾸로 수업’ 또는 ‘거꾸로 교실’ 이라고 부른다.
Q. 거꾸로 수업은 교육계 안에서는 굉장히 유명한 수업 모델이죠. 이것이 우리 공교육에 큰 시사점을 주었고, 이런 수업방식이 대학까지 영향을 미쳤어요. 그렇다면 거꾸로캠퍼스는 학년으로 따지면 어떤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나요?
거꾸로캠퍼스는 고등학교 과정 수준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다만 학년을 구분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중학교에서 다루는 지식 수준을 갖추고 있다면 수업을 따라오는 데 무리가 없다고 봅니다. 다만 현재 학생들의 나이대는 중3(만 15세)부터 고3(만 18세)가 주를 이루고 있고요, 대학교 1~2학년 나이대(만19세~만20세)도 재학 중입니다. 그리고 재학생 수는 현재 65명 정도 되는데요. 매달 조금씩 변동이 됩니다. 그리고 1년에 두 번 입학을 받는데, 한 20명에서 많게는 30명~40명 정도가 입학을 하고 있어요. 학생들은 통상 2년~2년 반, 많게는 3년까지 재학을 하는데요. 현재는 최소 4학기 이상 재학하고, 문제해결 프로젝트를 완료해야 졸업 자격을 갖게 됩니다. 다만 그 이후의 재학 기간은 학생들의 배움의 계획과 준비 정도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몇 년을 반드시 채워야 졸업한다는 식의 획일적인 기준으로 운영되지는 않습니다.
Q. 좀 막연하네요. 그래도 고등학교라면 3년의 과정을 거쳐 졸업을 하게끔 해야 학생들이 내가 무엇을 배울 것인지 목표와 계획을 세울 수 있을 것 같은데요? 학사 과정이 상당히 탄력적인데, 학생들이 이에 잘 적응한다고 보시나요?
거꾸로캠퍼스에서는 학생들이 스스로 자신의 배움의 로드맵을 스스로 설정하게 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거꾸로캠퍼스도 교육과정으로 1년 차에는 어떤 것을 배워야 하고 2년 차에는 또 어떤 것을 배워야 되고 또 2년 차가 넘어가면 그다음에는 또 어떤 배움들이 기다리고 있는지를 정해놓고 있습니다. 다만 여기에 너무 제약받지 않고, 아이들 각자 갖고 있는 계획에 따라 배움의 여정을 스스로 설계·실천해 나가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요. 그래서 졸업이라고 하지 않고 ‘엑시트(Exit)’라고 부르기도 했습니다. 졸업은 ‘학업을 모두 마쳤다.’라는 의미로 받아들여질 수 있기 때문에, 학생들이 또 다른 배움을 향해 거꾸로캠퍼스의 문을 스스로 열고 나간다는 의미를 담아 ‘엑시트’라는 표현을 사용해 왔습니다. 다만 최근에 거꾸로캠퍼스에서의 배움과 성장을 보다 분명하게 하고자 이 ‘엑시트(Exit)’라는 의미를 살리는 선에서 졸업 제도를 정비했습니다. 이에따라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최소 4학기 이상 재학하고, 프로젝트를 완료한 학생에게 졸업 자격을 부여하고 있습니다.
거꾸로캠퍼스 복도에 게시되어있는 거꾸로캠퍼스 핵심 키워드 4가지
Q. 거꾸로캠퍼스를 ‘역량교육을 구현하는 미래학교’라고 소개해 주셨는데요. 그런데 사실 ‘미래’와 ‘학교’라는 개념을 함께 구현하는 것이 쉽지 않거든요. 우리 삶의 많은 부분을 AI가 대체할 미래에, 인간에게 새롭게 요구되는 핵심 역량은 무엇일까요?
거꾸로캠퍼스에서는 이를 4가지로 정리해보았는데요. ▲ 첫 번째는 질문력입니다. AI가 답을 내놓기 전에 무엇이 문제인지, 이게 정말 다뤄야 할 문제인지에 대해 스스로 물을 수 있는 힘이 인간에게 필요합니다. 우리가 어떤 것에 관심을 갖고 어떤 것에 질문을 던져야 하는가를 알아야 AI를 제대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 두 번째는 회복탄력성입니다. AI는 실패하지 않지만 사람은 시행착오나 실수를 합니다. 그 시행착오를 좌절이 아니라 배움으로, 성장으로 전환하는 힘이 중요합니다. ▲ 세 번째는 협력입니다. 복잡한 문제일수록 혼자서는 해결할 수 없습니다. 다른 사람과 역할을 나누고 의견을 조율하면서 함께 더 큰 것을 만들어 나갈 수 있는 힘이 필요합니다. ▲ 네 번째는 주체성입니다. 이 모든 것을 종합하는 것으로, 내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문제를 스스로 결정하고, 어떤 방향으로 누구와 협력해서 나갈 것인가를 결정하며, 그것을 실제로 실현해 나가는 힘입니다.
Q. 네 가지 역량은 2015·2022 교육과정에서 제시한 핵심역량과도 잘 연결되는 것 같습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AI 시대에는 답을 잘하는 능력보다 ‘얼마나 깊이 있는 질문’을 던질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합니다. 거꾸로캠퍼스는 이 네 역량들을 어떻게 풀어내고 있나요?
학교가 추구해야 할 방향이 분산되지 않고 명확해야 교육과정이 분명한 지향점을 갖게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거꾸로캠퍼스에서는 앞서 말씀드린 4가지 역량들을 아우를 수 있는, 소위 ‘레버리지(지렛대)’가 될 수 있는 역량이 무엇일까 고민하여 자기주도성과 협력적 문제해결력을 핵심역량으로 좁혔고요. 이 두가지 역량을 가장 잘 길러낼 수 있는 교육과정을 구성하였습니다. 한편 거꾸로캠퍼스 교육과정의 가장 핵심이자 중심에 있는 것은 학생이 주도하는 ‘사회문제 해결 프로젝트’(임팩트랩)입니다. 물론 이에 참여하려면 ▲UN SDGs를 중심으로 한 주제 중심 융합 교과수업 ‘코어랩’, ▲실제 문제 해결에 필요한 전문 소양을 기르는 ‘알파랩’ 과정, 그리고 ▲자신의 정체성과 진로를 탐색하는 개인 성장 프로젝트 등을 이수해야 합니다. 그럼에도 가장 핵심이 바로 사회문제 해결 프로젝트 과정이라고 말씀드리는 것은 이 안에서 학생들은 스스로 문제를 정하고(질문을 던지고), 계획하고, 실행하고, 다시 성찰하는 사이클을 반복하면서 과업을 실제로 만들어 나가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OECD Learning Compass에서 강조한 A-A-R 모델**을 교육 현장에서 구현한 것이기도 합니다.
** A-A-R 사이클: OECD의 교육2030 프로젝트 보고서에서 제안한 핵심적인 학습 프레임워크로 다음의 단계를 포괄함.
- Anticipate(예측): 학습자가 자신의 행동이 가져올 단기적, 장기적 결과를 예상함.
- Action(실행): 구체적인 목표를 향해 특정한 행동을 이행함.
- Reflection(성찰): 이행된 행동의 의미와 그 결과를 되돌아 봄.
거꾸로캠퍼스 교육과정 운영구조
Q. 거꾸로캠퍼스의 핵심교육과정으로 ‘사회문제 해결 프로젝트’를 말씀하셨는데요. 학생들이 각자 ‘내가 어떤 사회 문제에 관심이 있는가?’를 잘 파악하고 있지 못한다면 ‘사회문제 해결’이라는 것이 학생들에게 조금 막연할 것 같아요. 탐구 과제는 어떻게 선정하나요?
사회문제에는 다양한 정의와 기준이 존재합니다. 학생들은 먼저 그들이 문제시하는 사회 문제 한 가지를 선택하여 탐구를 시작해야 하는데요. 이를 위해서 학생들은 먼저 사회적으로 이미 논의되고 있는 기준들, 예를 들어 어떤 사안에 피해자들이 얼마나 있는지, 그 문제의 규모와 심각성은 어느 정도인지, 이 문제를 해결할 때 사회적으로 어떤 효익이 생기는지 등을 살펴보게 됩니다. 그리고 이를 토대로 자신의 경험과 관심사를 결합하여 ‘이 문제를 해결했을 때 나에게 얼마나 정말 의미 있고 가치 있는가?’를 묻고요. 그래서 사회 문제를 고르는 과정은 단순한 선택이 아니라, 내가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인지를 깊이 탐색하는 과정이고 그 질문이 이 프로젝트의 출발점이 됩니다.
Q. 각자 관심 갖는 사회문제들은 대개 어린 시절의 경험이나 관계 속에서 비롯됩니다. 그래서 이 프로젝트는 학생의 주체성과 깊이 연결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관심과 경험의 깊이가 충분치 않으면 사회 문제를 다룰 때 피상적인 접근에 머물 수 있을 것 같은데요?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 학생들의 공감 수준은 제각각입니다. 어떤 학생은 깊이 공감하지만, 어떤 학생은 그 문제에 대해 거리를 둔 상태에서 출발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프로젝트 실행 과정에서 당사자를 만나고, 전문가를 인터뷰하고, 통계와 논문을 분석하는 과정을 거치며 문제의 구조와 맥락을 이해하게 됩니다. 그리고 막연한 감정적 공감은 “왜 이런 일이 반복되는가?”를 이해하는 인지적 공감으로 확장됩니다. 처음에는 거리를 두고 있던 학생도 점차 문제에 몰입하게 되고, 어느 순간에는 이 문제를 ‘남의 일’이 아니라 자신의 과제로 받아들이게 됩니다. 그래서 사회문제 해결 프로젝트는 단순한 과제 수행이 아닙니다. 문제를 탐구하는 과정이 곧 학생 자신의 관점과 태도를 재구성하는 과정이며, 그 안에서 자신의 관심사와 가치관, 정체성을 새롭게 발견하게 되는 경험이기도 합니다.
Q. 사회 문제 해결 프로젝트를 실행하면서 학생들의 공감과 몰입 수준이 높아진다고 말씀하셨는데요. 그런데 그렇다면 거꾸로캠퍼스 학생들의 대부분은 입학 전부터 이러한 프로젝트를 실행하는 데에 충분한 경험과 배경 지식을 갖추고 있었나요?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이곳의 학생들은 우리가 일상 속에서 만날 수 있는 평범한 학생들입니다. 그것은 사회문제 해결 프로젝트 주제에서도 드러나는데요. 하나 소개해드리면, 한 팀은 ‘부모와 청소년 자녀 사이에 진정한 소통이 잘 이루어지지 않는다.’ 는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어요. 이것은 그들이 집에서 부모님과 대화가 잘 이뤄지지 않고 싸우게 된다는 경험에서 비롯된 것인데요. 이 친구들은 탐구를 거듭하면서 단순히 “소통이 부족하니까 그것을 줄여보자.”는 데에서 그치지 않고, 부모와 자녀 사이에서 소통이 왜 어려운지에 대한 근본적인 이유들을 문헌 조사, 인터뷰 등을 통해 분석하여 실제 솔루션을 개발했지요.
▲ 첫 번째는 실제로 청소년 자녀를 둔 가정을 초대해 부모와 자녀가 함께 참여하는 워크숍을 직접 기획하고 운영한 것이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서로의 생각을 듣고 소통할 수 있는 장을 만든 거죠. ▲ 두 번째로는 AI를 활용한 소통 학습 앱을 개발했습니다. 이 앱에서는 개인의 소통 성향을 진단하고, 그 결과에 따라 부모나 자녀와 어떻게 대화하면 좋은지를 AI가 안내해 주도록 설계했습니다. ▲ 세 번째로 학생들은 ‘우리가 없어도 이런 소통이 계속되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가정에서 활용할 수 있는 툴킷, 일종의 보드게임도 만들었습니다. 부모와 자녀가 게임을 하듯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눌 수 있도록 한 것이죠. 이는 누구나 겪을법한 경험을 토대로 사회문제해결 프로젝트로 연결한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이렇게 학생들이 다루는 사회 문제는 결국 자기 자신의 문제와 깊이 연결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부모-자녀 소통 증진을 위한 공감표현 보드게임 개념도
이정백 교장과 송인수 공동대표의 인터뷰 중 대화 모습
Q. 거꾸로캠퍼스의 사회문제 프로젝트, 상당히 인상적이네요. 그런데 일부 부모님들은 “국·영·수 같은 기본 교과 공부는 언제 하나요?”라는 질문을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프로젝트 학습과 교과 학습이 충돌하지는 않는지, 두 영역 사이에서 균형을 어떻게 잡고 있는지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사회문제 프로젝트와 기본 교과 학습은 분리되어 있지 않습니다. 두 영역은 하나의 흐름 안에서 연결되어 설계되어 있습니다. 학생들은 입학 후 첫 1년 동안 ‘코어랩(Core Lab)’을 필수로 이수하게 되는데요. 주로 오전 시간에 국어,영어,수학,과학,역사 등의 기본 교과를 학습합니다. 이때 모든 교과는 UN 지속가능개발목표(SDGs)를 기반으로 이루어지는데. 매 학기 17개 목표 중 하나를 중심 주제로 선정하여, 각 교과가 그 주제와 연결되도록 설계합니다. 예를 들어 ‘기후변화’를 다룰 경우, 과학에서는 원리와 현상을 탐구하고, 수학에서는 데이터를 분석하며, 국어·영어에서는 관련 담론을 읽고 토론합니다. 이렇게 교과 지식을 통해 사회 문제를 이해하게 되면 학생들은 이를 토대로 소주제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좀더 심층적인 탐구를 수행하게 됩니다.
거꾸로캠퍼스는 교과를 ‘세상을 이해하는 창’으로 보고, 지속가능개발목표(SDGs)를 그 창에 끼워진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렌즈’로 여깁니다. 학생들은 이 렌즈를 통해 “이 지식으로 무엇을 바꿀 수 있을까?”라는 질문으로 나아갑니다. 중요한 점은 교사가 억지로 엮는 것이 아니라, 학생이 배운 내용을 스스로 연결해 재구성하도록 돕는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코어랩은 단순한 기초 교과 수업이 아니라, 지속가능개발목표(SDGs)를 축으로 한 융합적 지식 기반 형성 과정으로 이어지는 사회 문제 해결 프로젝트의 토대가 됩니다. 이러한 운영 방식은 공교육 현장에서도 주목받아 2025년 교육부 장관상을 수상했고, 작년에는 500여명의 교육 관계자들이 이곳을 다녀갔고, 저희들도 관련 연수 프로그램을 기획하여 실행하였습니다.
Q. 지식과 경험을 결합한 통합 학습을 하게 되는 셈이네요. 그래서 학생들은 교과목을 ‘시험을 위한 과목’이 아니라 세상을 이해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도구로 인식할 것 같은데요. 이것이 지식을 좀 더 깊이 있게 체득하게 돕는 것 같습니다.
맞습니다. 우리는 학교에서 배운 지식을 일상 속에서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을 느끼게 하는 것을 추구합니다. 거꾸로캠퍼스 갓 입학한 학생들은 초반에 "이거 왜 해야죠?" 라는 질문을 많이 하는데요, 그런데 교과수업(코어랩)에 어느정도 참여하게 되면서 이런 막연한 질문들은 거의 사라집니다. 아이들은 코어랩 과정을 통해 “아, 내가 이걸 배우면 이렇게 활용될 수 있겠구나, 그러면 이걸 토대로 어느 것을 할 수 있겠다.”라는 사고 과정을 경험하게 됩니다. 이렇게 쌓인 경험은 사회문제 해결 프로젝트로 자연스레 이어지게 되고요.
Q. 코어랩 과정만 거쳐도 상당한 수준의 분석력과 배경지식을 갖출 수 있을 것 같은데요. 그렇다면 학생들은 사회문제 해결 프로젝트를 통해 보통 어느 정도의 결과물을 내놓나요?
거꾸로캠퍼스가 말하는 ‘임팩트’는 단순한 결과물 제작에 머물지 않습니다. 프로토타입을 만드는 것을 넘어, 그것이 실제로 작동 가능한지, 그리고 문제를 겪는 당사자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지가 가장 중요합니다. 기교보다 중요한 것은 현장에서 적용되었을 때 “이걸로 내 문제가 해결될 수 있겠다”는 경험을 주는지 여부이고요. 그래서 프로젝트의 종착점은 바로 이 ‘현실 적용 가능성’에 있어요. 그래서 그 결과물이 창업으로 이어지도 합니다. 실제로 졸업생 중에는 프로젝트를 기반으로 회사를 운영하는 팀도 있고요, 2026년 1월 기준으로 마지막 단계에 있는 팀이 3팀, 이 중 최소 1팀은 예비창업패키지에 도전할 계획입니다. 이렇게 사회문제 해결 프로젝트는 학습을 넘어, 아이디어를 사회적 가치로 확장하고 창업이라는 도전으로 연결되는 추가적 임팩트를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대안교육기관 교육활동 프로그램 우수사례 공모전 시상식 수상 장면
Q. 사회문제해결 프로젝트가 예비 창업까지 이어지는 모습은 공교육 안에서 직업교육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실제 진로 경로는 어떻게 나타나고 있는지, 학교에서는 이를 어떻게 안내하고 지원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먼저 말씀드리고 싶은 점은, 거꾸로캠퍼스에서 창업은 중요한 결과 중 하나일 수는 있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라는 점입니다. 학생들이 사회문제 해결 프로젝트를 끝까지 밀고 가다 보면 창업이라는 형태로 이어지기도 하지만, 거꾸로캠퍼스가 지향하는 것은 지속 가능한 사회 문제 해결 대안, 나아가 모델을 만드는 데 있습니다. 창업은 그 모델을 구현하는 여러 방식 중 하나일 뿐이고요. 그래서 창업 여부만으로 프로젝트의 임팩트를 판단하지는 않습니다. 학생들에 대한 진로 가이드 역시 같은 관점에서 이루어집니다. 거꾸로캠퍼스 교사가 학생들에게 가장 먼저 묻는 질문은 “무엇이 되고 싶은가?”가 아니라 “어떤 삶을 살고 싶은가?”입니다. 학생들은 10년 후의 직업이 아니라, 어떤 가치를 만들어내는 사람으로 살고 싶은지를 먼저 그려보고, 그에 맞는 자기만의 로드맵을 설계합니다. 이런 맥락 속에서 학생들 중에 약 60~70%가 대학 진학을 선택하는데, 주로 태재대학교나 몬드라곤팀아카데미(MTA), 미네르바스쿨 등과 같이 소위 미래형 혁신대학으로 진학하는 경우가 많고요. 나머지는 창업이나 취업을 선택합니다. 이처럼 학생들의 진로 선택 분야는 비교적 다양하지만, 학생들이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설계하고 선택한다는 점은 같습니다.
Q. 거꾸로캠퍼스 학생들은 각 과정 별 프로젝트를 통해 스스로 지속가능한 삶의 경로를 만들고 실행하는 특징이 있습니다. 그것이 창업, 진학 등과 같은 다양한 방식으로 나타나고요. 이 학생들이 사회에 진출해서도 일반적인 학생들과는 다른, 눈에 띄는 모습이 있나요?
맞습니다. 거꾸로캠퍼스 출신 중에는 사회문제 해결을 중심으로 하는 소셜 임팩트 영역으로 실제 진출하는 경우가 꽤 많습니다. 관련 네트워크 행사에 가면 "어, 여기에도 우리 졸업생이 있네?" 하는 순간이 자주 있을 정도예요. 한 졸업생은 함께 밥을 먹으면서 "이쪽(사회문제) 아니면 재미가 없어요."고 했는데, 그만큼 사회문제 해결을 삶의 중심에 두고 살아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또 다른 사례로, 재학 중에 직접 앱을 만들어 출시까지 했던 학생은 졸업 후 대학 진학 없이 스타트업 개발자로 일하다가, "나만의 길을 한 번 더 만들어보고 싶다"며 프리랜서, 창업 등 다양한 방식을 실험해 왔습니다. 그러다 다시 학교와 연결되어 지금은 학생들에게 AI 앱 개발 수업을 직접 가르치기도 하고요. 오늘도 수업을 하고 갔습니다. 이런 사례들을 보면서 느끼는 건, 졸업생들이 정해진 경로를 따라가기보다 자기만의 방식으로 재미있고 의미 있는 삶을 계속 실험해 나간다는 점입니다. 그것이 거꾸로캠퍼스 교육이 남긴 가장 중요한 흔적이 아닐까 싶습니다.
Q. 거꾸로캠퍼스의 교육효과는 훌륭해 보입니다. 그러나 정성적인 성장 중심 평가를 하고 있으니, 이런 교육적 성과를 논리적으로 잘 정리하여 알리고, 외부적으로 소통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는데요. 이와 관련해서 구체적인 계획이나 전략이 있으신지요?
거꾸로캠퍼스를 처음 만들 때부터 지금까지 변하지 않은 생각은 단순히 좋은 학교 하나를 만들어 좋은 학생 몇 명을 잘 키우는 것을 넘어서서 우리의 교육 모델이 현실에서 실제로 작동하는 교육이라는 점을 증명하고 확산시키고 싶습니다. 특히 ‘역량 중심 교육’은 그동안 말로는 많이 이야기됐지만, 현실에서는 마치 존재하지 않는 허상 속 유니콘처럼 느껴지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저희는 역량 교육이 추상적인 개념이 아니라, 현실에서 살아 숨 쉬며 작동할 수 있는 모델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이런 문제의식 속에서 확산을 위한 시도와 성과도 조금씩 쌓여 왔습니다.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일부 시, 도교육청에서 최근들어 공립형 대안학교를 세우고 있는데, 이와 관련하여 저희들이 직접 컨설팅을 진행하기도 했고요. 특히 2025년에는 교육청 관계자와 일선 학교 교장 및 교사 등 약 500명 정도가 방문할 정도로 큰 관심을 보였습니다. 이 가운데에서 ‘코어랩’ 과정으로 교육부 장관상을 타기도 했고요. 이런 성과들을 토대로 이제 다음 단계로 고민 중인 것은, 거꾸로캠퍼스가 사회의 다양한 문제들을 여러 방식으로 해결하고 있는지를 보다 분명하게 설명하고 정의하는 일입니다. 이를 위해 교육의 성과와 변화를 임팩트 지표로 정리하고 측정하는 작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Q. 그런데 어떤 학부모들은 좋은 대학으로의 진학을 기대했다가 아이가 다른 방향으로 진로를 선택하는 모습을 보며 당황할 수도 있겠습니다. 실제로 학부모들은 거캠의 교육과정을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지, 기대의 차이가 생길 때 어떻게 줄여나가는지 궁금합니다.
학부모 인터뷰나 만족도 조사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공통된 이야기는 ‘우리 아이가 무엇이든 스스로 하게 됐다.’는 점입니다. 예전에는 시켜야만 움직이던 아이가 이제는 스스로 계획하고, 시도하고, 책임지려고 하는 모습으로 바뀌었다는 점을 학부모들은 굉장히 큰 변화로 느끼고 계십니다. 이에 대한 만족도가 상당히 높습니다. 물론 교육기관으로서 결과에 대한 만족도 중요합니다. 학생이 교육을 통해 자신이 원하는 삶의 방향에 실제로 다가갈 수 있었는가, 이 부분은 학부모들에게도 여전히 중요한 기준이죠. 현실적으로는 그 결과가 대학 진학이나 취업으로 연결되기도 하고요. 다만, 거꾸로캠퍼스는 대학 진학을 유일한 목표로 두기보다는, 학생의 삶의 방향 속에서 대학이 필요한 선택이라면 그때는 학교가 최선을 다해 지원한다는 관점을 학부모들께 꾸준히 설명 드립니다. 실제로 학생이 대학 진학을 진로로 설정하면 그에 필요한 준비와 지원을 적극적으로 하고 있고, 이 과정에서 학부모들이 느끼는 ‘결과에 대한 불안’을 줄이기 위한 노력도 계속하고 있습니다.
Q. 학부모들은 사실 진학, 취업, 창업 그 자체보다는 아이가 진로를 스스로 설계하고 책임지는 힘을 갖추는 것에 관심을 갖습니다. 그런 아이라면 걱정 없지요. 학교가 이런 변화를 잘 보여줄 수 있다면 입시나 취업의 성과와 관계없이 신뢰도를 높일 수 있을 것이고요.
네, 기본적으로 말씀의 취지에 공감합니다. 그런데 입시도 아이들의 성장에 있어 중요한 부분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학생들 중에 ‘내 삶에서 대학을 들어가는 게 꼭 필요합니다.’ 라고 한다면 그들이 대학에 들어갈 수 있게 지원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그렇다고 수능 준비를 시켜준다거나 수시 지원을 위한 전략을 짜주는 것은 아니고요. 다만 학생들이 그동안 거꾸로캠퍼스에서 실천한 다양한 경험들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게 그들과 소통을 통해 최선의 지원방안을 마련해서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Q. 그런데 그렇게 입시 지원을 하다 보면 자칫 거꾸로캠퍼스가 추구하는 교육 방향에서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요? 입시 지원과 기존 교육과정이 충돌하지 않는 방안이 있나요?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거꾸로캠퍼스에서는 수능 시험 준비나 수시 전형 전략 제공 등의 방식으로 대학 진학을 돕지는 않습니다. 저희들은 ‘거꾸로캠퍼스에서 성장하면 어디서든 탐낼 학생이 된다.’ 라는 지론에 따라 학생들의 성장과정과 성과들을 잘 드러낼 수 있게 고민하고, 지원합니다. 물론 현실적 한계는 있습니다. 현행 대학입시제도는 학교 밖 대안교육을 이수한 학생들에게는 불리하고요, 대학교들 중에는 대안학교 출신 학생들을 선호하지 않는 곳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대입제도도 조금씩 다양하게 변화하고 있고, 태재대학교와 같이 새로운 형태의 대학들도 등장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학교들은 거꾸로캠퍼스 학생들을 선호합니다. 앞으로도 이런 형태의 대학교나 교육기관들은 늘어날 것이라고 보고요. 학생들의 선택지도 넓어지겠지요. 정리하면 여기서 제가 말하고자 하는 ’입시‘는 일반적인 대학 진학이 아니라 학생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새로운 배움의 길을 열어주는 과정으로 봐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Q. 거꾸로캠퍼스의 입시 지원은 학생들이 쌓아온 경험과 성장을 잘 정리해 다음 배움의 장으로 이어주는 진로 지도에 가깝군요. 실제로 좋은 성과를 거둔 사례가 있을까요?
네, 대표적인 성과를 말씀드리면 25년 태재대학교 입학생 중에 거꾸로캠퍼스 출신 학생이 수석을 했거든요. 사실 이 학생이 높은 시험 점수를 받은 건 아니었어요. 다만 거꾸로캠퍼스에서 사회문제해결 프로젝트 후에 창업까지 연결하는 등 적극적이고 주도적인 모습을 보였는데, 이 부분이 평가에서 상당히 좋은 영향을 미쳤다고 봅니다.
Q. 거꾸로캠퍼스는 진학, 창업, 취업 전반에 걸쳐 의미있는 성과를 내고 있는 것 같네요. 교육의봄에서도 2022년부터 지금까지 60여 곳의 기업들과 인터뷰를 했는데요. 이들이 선호하는 역량들을 정리해 보니 자율성, 문제해결력, 협업 능력이더라고요. 그런데 거캠의 교육과정이 이 3가지 역량을 기르는 것과 맞닿아 있다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채용 방식의 변화를 고민하는 기업들에게 거캠의 교육이 갖는 의미에 대해 한 말씀 부탁드리겠습니다.
거꾸로캠퍼스 교육과정 안에는 모든 학생이 참여하는 것은 아니지만, 일부 학생들이 선택해 경험하는 인턴십 과정이 있습니다. 사회문제 해결 프로젝트를 끝까지 수행한 학생들은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기획, 프로젝트 매니지먼트, 디자인, 개발, 마케팅 등 자신만의 직무 역할을 만들어내게 됩니다. 이 역할을 학교 안에서만 수행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 기업이나 스타트업 현장에서 경험해 보고 싶어 하는 학생들과 인턴십으로 연결하고 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인턴십을 진행한 기업들의 피드백이었습니다. 실제로 “대졸 신입보다 낫다”는 평가를 들은 적도 여러 번 있었는데, 그 이유는 이 학생들이 단순히 지시를 기다리는 인턴이 아니라, 이미 프로젝트 경험을 통해 자기 역할을 인식하고, 회의에서 의견을 말하고, 실제 업무를 책임감 있게 수행하는 태도를 보여주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래서 인턴십 이후 정규직 제안을 받은 사례도 적지 않게 나타났습니다.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기업가와 채용 담당자분들께 꼭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하나입니다. “거꾸로 캠퍼스에 직접 오셔서 한 번 우리 아이들을 봐주십시오.” 하는 것입니다. 학생들이 어떤 교육을 받고, 어떤 성장 과정을 거쳐, 어떤 결과물을 만들어냈는지를 직접 보신다면 충분히 교육과 채용이 서로를 자극하고 강화하는 선순환적인 생태계를 함께 만들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Q. 교육의봄도 거꾸로캠퍼스와 같은 좋은교육기관들이 좋은채용기업과 만나 서로 교류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 것입니다. ‘좋은교육기관찾기’ 인터뷰의 시그니처 질문입니다. ‘거꾸로 캠퍼스가 생각하는 역량교육은 무엇인가요? ’역량교육은 OO다’ 라고 대답해 주세요.
저는 ‘역량교육은 학생들에게 나침반을 갖게 해주는 교육이다.’ 라고 생각합니다. 나침반은 길과 정답이 이미 정해져 있을 때는 필요하지 않아요, 하지만 사막이나 망망대해처럼 길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는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할지를 알려주는 유일한 도구가 됩니다. 지금처럼 정답도 없고 예측도 어려운 시대에는 누군가가 대신 방향을 정해줄 수 없습니다. 그래서 학생 스스로 자신의 나침반을 가질 때, 어디로 가야 할지 판단하고 그 방향으로 나아갈 힘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인터뷰 후 거꾸로캠퍼스 이정백 교장과 교육의봄 임직원들의 기념사진
(송인수 대표)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상에서 AI는 상당부분 많은 것들을 대체하고 있습니다. 이것을 인간은 지금까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했던 것이고, 그렇다 보니 우리는 어디로 가야 할지 길이 분명하지 않은 시대 속에서 살아가고 있죠. 이렇게 길이 보이지 않는 시대에서 우리 아이들의 삶을 어디로 이끌어야 할지 고민이 큽니다. 기존에 해왔던 방식의 교육이 앞으로의 세상에서 살아가는 데 크게 필요 없는 것들을 가르치는 것이라면, 혹은 너무 많은 시간과 비용을 들이는 것이라면 그것은 우리 모두에게 큰 손실이라고 봅니다. 그런 점에서 거꾸로캠퍼스가 미래 사회 정말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역량에만 집중하여 교육과정을 설계하고 운영하고, 또 나름대로의 성과까지 내고 있다는 점이 무척 인상 깊었습니다. 이런 교육을 공교육이 어떻게 받아들이고 더 유연해질 수 있을지는 앞으로 풀어야 할 큰 과제 입니다. 하지만 오늘 거꾸로캠퍼스 이정백 교장 선생님과 함께 인터뷰를 하며 그 방향성에 대해 다시 한번 깊이 있게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기에 변화에 대한 희망을 갖게 되었습니다.
오늘 인터뷰를 통해 거꾸로캠퍼스는 단순히 새로운 학교가 아니라, 정답 없는 시대에 아이들이 스스로 방향을 찾도록 돕는 소중하고 중요한 교육 실험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늘 귀한 이야기 나눠주신 거꾸로캠퍼스 이정백 교장 선생님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리며, 이 대화가 더 많은 학교와 교육 현장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하겠습니다.
에필로그: 거꾸로캠퍼스 인터뷰를 마치고
인터뷰를 마치고, 이정백 교장선생님께서는 “사회문제 해결 프로젝트를 지금 마무리 하고 있는 학생들이 있는데, 아마 직접 이야기를 나눠보시면 이해가 더 잘 되실거 같습니다.” 라면서 우리를 학생들이 수업 중인 공간으로 이끌었습니다. 그곳에서 거꾸로캠퍼스에서의 여정을 마무리하고 엑시트를 준비 중인 김제중(리스), 송하준(나우) 학생을 만나게 되었는데요. 그렇게 두 학생과 자연스럽게 미니 인터뷰가 이어졌습니다.
인터뷰 중인 거꾸로캠퍼스 송하준, 김제중 학생과 교육의봄 심현준 책임연구원
“거꾸로캠퍼스는 또래들과 함께 미래의 나를 스스로 만들어 가는 공간입니다.”
김제중 학생은 한 때 드럼을 좋아하고 프로게이머를 꿈꿨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좋아하는 것과 나의 일은 다를 수 있겠구나” 라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우연히 책을 통해 AI가 우리 삶에 퍼지고 있음을 알게 되면서 “미래에 경쟁력 있는 일이 뭘까?”를 고민하다 거꾸로캠퍼스를 알게 되었고, ‘21세기 미래 인재’를 키운다는 비전에 끌려 이곳에 오게 되었다고 합니다. 한편 중학교 시절부터 대안학교를 다녔다는 송하준 학생은 “거꾸로캠퍼스가 ‘학생 스스로 각자 무엇을 경험하고, 실행할지를 결정하게 한다.’ 라는 교육 방식에 끌렸다.” 라고 밝혔습니다.
두 학생들은 모두 거꾸로캠퍼스가 같은 고민을 나눌 수 있는 친구들이 모여 있어 좋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송하준 학생은 "학교 밖 친구들을 만나기 쉽지 않은데, 여기서는 비슷한 처지에서 미래에 대한 고민을 해 온 친구들을 만났다."며 "2년 반 동안 같은 팀원들과 밤·낮으로 함께 프로젝트를 함께하다 보니 자연스레 유대감이 생긴다"고 말했다. 김제중 학생은 “일반학교에서 정해진 일정에 따라 살다 보니 내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지 잘 몰라 당황스러웠다.” 면서 “거꾸로캠퍼스 에서 2년 반을 보내며 미래를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내 강점과 약점이 무엇인지를 명확하게 파악할 수 있었다.” 라고 강조했습니다.
“세상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는 솔루션을 실제로 만들어 보았어요.”
송하준 학생 (왼쪽), 김제중 학생 (오른쪽)의 모습
두 학생이 어떤 사회문제해결 프로젝트를 수행했는지에 대해 물어보았습니다. 먼저 김제중(리스) 학생은 환경 문제에 관심 있던 팀원들과 함께 패션 산업의 환경 문제를 해결하고자 입지 않는 옷을 AI 코디로 스타일링 해주는 서비스를 개발하였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거꾸로캠퍼스에 AI 개발자가 없어서, 대회에서 만난 단국대 소프트웨어고등학교 학생들과 협업해 앱을 만들었는데요. 게다가 이미 VC(벤처캐피털) 투자자와 미팅을 잡아놓고 상용화까지 적극적으로 고려하고 있다는 말을 통해 교장선생님께서 인터뷰에서 강조하신 실천성이 엿보였다. 한편 송하준 학생(나우)은 ‘우리 가족만 약을 무분별하게 보관하는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많은 사람들이 겪는 문제’ 임을 깨닫고, 가정 내 약 관리 앱을 개발, 상용화 하였는데요. 이 앱은 약의 유통기한을 알려주고, 약과 관련한 상담과 함께 약을 폐기해야 하는 시기를 알려주는 기능까지 갖고 있습니다. 놀라운 점은 출시 이틀 만에 건강 및 피트니스 분야 42위에 오르는 성과를 거뒀다는 점입니다.
그런데 의외였던 점은 두 학생 모두 “자신들의 프로젝트가 100% 완벽하지 않고, 한계가 분명하다.” 라고 입을 모아 말한 부분입니다. 김제중 학생은 "AI 코디 자체는 10년 전부터 나왔던 것으로 그 자체만으로는 성공하기 쉽지 않다.” 면서 이를 보완할 부가적인 서비스를 고민하고 있었고, 송하준 학생은 "의약품 데이터는 제약사 수준의 데이터가 필요한데, 일반인 수준에서는 이를 수집, 활용하는 데에 한계가 명확하다."고 말했습니다. 이렇게 냉철하고 객관적인 분석을 하는 모습을 보면서 그들은 단순히 '좋은 아이디어'에 머물지 않고 실제 시장과 사업성을 깊이 있게 고민하며 한발씩 나아가고 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한국을 넘어 세계로 나아가 무엇이든 경험하고 성장하고 싶어요.”
끝으로 두 학생에게 10년 뒤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을지에 대해 물어보았는데요. 송하준 학생은 ”사실 인생이 너무 불확실해서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지는 못했다.“ 라고 솔직한 생각을 밝히면서도 "한국 안에서만 (기회를) 잡을 수 있는 블루오션 분야가 그렇게 많지 않아서 글로벌 역량을 키워서 좀 더 넓은 세상으로 가고 싶다.“ 당찬 포부를 드러냈습니다. 김제중 학생도 "개인적으로 계획형이라서 무조건 한 달 후에 해야하는 것들을 미리 짜두는 편"이라면서 "10년 뒤면 30대인데, 40대 때는 (창업을 통해) 해외에 진출해서 조금씩 이름을 알려나가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두 학생을 만나고 나니, 이정백 교장선생님께서 했던 "역량교육은 학생들에게 삶의 나침반을 갖게 하는 교육"이라는 말이 이해가 되었습니다. 엑시트를 앞두고 있는 두 학생은 미래로 나아갈 각자의 나침반을 손에 쥐고 있었습니다. 물론 그것이 성공할지, 실패할지는 아직 모릅니다. 하지만 자신들의 프로젝트에 대해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그것을 보완하려 고민하는 점을 보며 ‘이들은 실패를 하더라도 그것을 극복할 수 있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거꾸로캠퍼스 문을 나서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만약 공교육의 학교들 중에 일부라도 거꾸로캠퍼스처럼 '사회문제 해결'을 통해 창업가 정신을 기르는 학교가 생긴다면 우리 교육의 풍경은 얼마나 달라질까요? 그렇게 된다면 우리는 비로소 청소년들의 진로를 단지 ‘좋은 대학을 가는 것’으로 재단하지 않고 그들 스스로 선택하고 실천하는 ‘주도성’을 토대로 바라볼 수 있게 되지 않을까요? 분명한 것은 적어도 거꾸로캠퍼스는 그 가능성을 현실에서 증명하고 있는 학교라는 점이었습니다.
학생들이 거꾸로캠퍼스를 주제로 표현한 벽화 모습
인터뷰 송인수 공동대표
글·편집 심현준 책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