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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세상교육 ①] “AI 시대, 교육으로 답하다” 거꾸로캠퍼스가 그려가는 새로운 길

관리자
2026-02-08


[진짜세상교육 ①] “AI 시대, 교육으로 답하다” 거꾸로캠퍼스가 그려가는 새로운 길



입력2026.01.31 20:35 수정2026.01.31 20:35
 
이진호 기자




서울시 성북구 성북동에 위치한 거꾸로캠퍼스 (사진=이채원 대학생 기자)
서울시 성북구 성북동에 위치한 거꾸로캠퍼스 (사진=이채원 대학생 기자)
시험도, 성적표도 없는 학교가 있다면 어떨까? 불가능해 보이는 질문을 현실로 바꿔낸 학교가 있다. 바로 서울시 성북구에 위치한 미래 역량 중심 교육 실험 학교 ‘거꾸로캠퍼스’다. 이곳은 2017년 문을 연 서울시교육청 등록 대안교육기관으로, 직접 개발한 미래 교육 모델로 인정받아 Apple로부터 우수 학교로 선정되기도 했다.

“시대는 변했는데, 왜 교육은 바뀌지 않을까?”

거꾸로캠퍼스는 이 물음에서 시작했다. 이곳의 학생들은 교과서나 문제집 대신 세상 문제를 붙들고 고민한다. 오전은 주제융합 수업 시간이다. 교과 수업과 UN SDGs(지속가능발전목표)의 17가지 주제를 연계해 사회 흐름을 익힌다. 이번 학기 중심 주제는 ‘AI와 인류’다. AI가 인류와 사회를 어떻게 변화시킬지 고민하고, AI를 진짜 잘 사용하고 있는 건지 성찰한다.
오전 수업이 진행 중인 모습 (사진=거꾸로캠퍼스 제공)
오전 수업이 진행 중인 모습 (사진=거꾸로캠퍼스 제공)
오후에는 진짜세상 문제해결 프로젝트를 한다. 말 그대로 세상과 직접 부딪히며 배움을 얻는 시간이다. 학생들은 사회 곳곳에 있는 문제를 발견하고, 현실에서 풀어낼 방법들을 고민한다. 2년이 넘는 시간 동안 문제 탐색, 문제 정의, 문제 실험, 문제 해결 과정을 통과한다. 한 팀의 기획자, 마케터, 개발자, 디자이너가 되어 마치 하나의 스타트업을 운영하는 것처럼 움직인다.
학년이 없는 거꾸로캠퍼스 지도 (사진=이채원 대학생 기자)
학년이 없는 거꾸로캠퍼스 지도 (사진=이채원 대학생 기자)
학교 이름처럼 문화도 거꾸로다. 이곳에는 학년, 선생님, 시험, 경쟁, 성적표, 정답, 캠퍼스, 강의, 졸업장이 없다. 이정백 교장은 이러한 문화에 대해 “해당 요소들이 학생들에게 필요한 교육을 하는 데에 꼭 필요할지 질문한 끝에 내린 결론”이라고 말했다.
학생들을 가르치는 선생님이 아니라 코칭 교사가 있고, 모든 구성원이 서로를 이름 대신 별명으로 부른다. 학년이 아니라 수업 유형에 따라 꾸는 반, 잇는 반 등으로 나뉜다. 졸업 대신 ‘엑싯’ 제도를 운영해 사회에서의 여정을 시작할 때가 되었다는 의미로 사용한다.

기존의 교육과는 다른 문화와 규칙을 가진 이곳, 거꾸로캠퍼스에 입학하기 위해서는 학생이 직접 수업 참관을 해야 한다. 학교에서 콜린으로 불리는 김유하(19) 씨는 “일반 학교에서 했던 공부는 나중에 쓸 일이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곤 했다”며 “거꾸로캠퍼스에서는 내가 사회로 나갔을 때 필요한 것들을 가르쳐주는 느낌이라 새로웠다”고 말했다.

꼭 사회 문제에 대한 거창한 관심을 가진 사람만 입학하는 건 아니다. 리스, 김제중(19) 씨는 “평소 사회 문제에 관심이 없었지만, 거꾸로캠퍼스에 와서 사회 문제가 곧 내 문제이기도 하다는 걸 깨닫게 됐다”고 했다. 입학 전부터 개발에 관심이 있었다는 기가, 배의진 씨(19)는 거꾸로캠퍼스에 온 이후 “모든 디지털 기기들이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 속에서 나왔겠구나”라고 생각하게 됐다고 했다.

거꾸로캠퍼스의 세 팀, ‘슬로우즈’, ‘맵퍼스’, ‘미리’를 만나 그동안 어떤 과정을 지나왔는지 들어봤다.

버려지는 옷을 다시 보다, ‘슬로우즈’

‘슬로우즈’ 팀은 팀원들의 관심사인 패션과 환경을 합쳐 주제를 잡았다. 패스트 패션으로 인해 발생하는 환경 문제를 해결해 보자고 나섰지만, 과연 세 명이서 힘을 모은다고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일까 막막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프로젝트를 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건 솔루션이 필요할 대상자를 선정하는 과정이었다고 했다. 이 팀의 마케터인 한아, 지수연(19) 씨는 “남녀노소 누구나 옷을 입다보니 대상자의 연령대, 성별을 특정하는 데 거의 1년 반이 걸렸다”며 “설문조사 참여자만 2000명 가량이었고, 인터뷰도 정말 많이 했다”고 말했다.

프로젝트를 거치며 변화한 점에 대해서는 “팀원 간 불화를 풀어가기도 하고, 협업도 하니까 소통하는 방법을 많이 배웠다”며 “오전 시간 소규모 팀 프로젝트를 하다보니 마케터 말고도 다른 역할을 체험해 볼 수 있어 좋았다”고 전했다.
슬로우즈 팀이 제9회 벤처창업 아이템 대상을 수상한 모습 (사진=거꾸로캠퍼스 제공)
슬로우즈 팀이 제9회 벤처창업 아이템 대상을 수상한 모습 (사진=거꾸로캠퍼스 제공)슬로우즈 팀은 거꾸로캠퍼스에서는 처음으로 외부 네트워킹을 통해 협력 관계를 맺었다. 창업 경진 대회에 나갔다가 경쟁자로 만난 일반 고등학교 동아리와 협업을 하게 된 것이다. 슬로우즈 팀의 부족한 지점을 메꿔줄 수 있겠다 판단했다고 전했다.

미디어 리터리시를 보드게임으로 배운다, ‘미리’

느티, 김민승(18) 씨가 청소년의 미디어 리터러시 문제를 풀어나가보자 제안한 것이 ‘미리’ 팀의 시작이었다. 현재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먼저 살폈다. 민승 씨는 이 과정에서 “현재의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에서 10대 청소년들이 흥미를 느끼기 어렵다는 지점을 발견했다”고 했다.

솔루션의 일환으로 미디어 리터러시를 향상시키기 위한 추리 보드게임을 개발했고, 텀블벅에서 펀딩까지 진행했다. 지금은 초등학교, 한국과학창의재단과 협력하면서 새로운 솔루션을 개발하는 중이다.
미리 팀의 텀블벅 펀딩 사이트 (사진=텀블벅 페이지 캡처)
미리 팀의 텀블벅 펀딩 사이트 (사진=텀블벅 페이지 캡처)팀 프로젝트를 통해 가장 많이 바뀐 점으로는 자기주도성을 꼽았다. 민승 씨는 “그동안은 정해진 틀 안에서 지냈는데, 이곳에 와서는 내 미래를 스스로 계획하고, 움직이게 된다”며 “자기주도적으로 삶을 꾸려나가는 힘이 키워진 것 같다”고 했다.

디자이너를 맡은 하늘, 유석준(19) 씨도 “자기주도성과 사회성을 많이 길렀다”며 “앞으로 어떻게 사회인으로서 살아갈 수 있을지 깊이 고민하고, 계획하고, 실행하게 됐다”고 답했다. 거꾸로캠퍼스에서 시간을 보내며 조금 더 단단한 사람이 된 것 같다고 했다. 석준 씨는 각종 프로젝트를 통해 디자인 역량을 키워 디자인 대학 진학을 앞두고 있다.
미리 팀이 2025 서울특별시학교밖청소년 창업경진대회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한 모습 (사진=거꾸로캠퍼스 제공)
미리 팀이 2025 서울특별시학교밖청소년 창업경진대회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한 모습 (사진=거꾸로캠퍼스 제공)상비약을 어플리케이션으로 관리한다면? ‘맵퍼스’

마지막으로 만난 ‘맵퍼스’ 팀은 프로젝트 진행 과정에서 방향성을 다듬어나가는 섬세함이 돋보였다. 리더를 맡고 있는 나우, 송하준(18) 씨는 “초반에는 진로 교육이나 여러 문제를 가지고 방황하다가 폐의약품 폐기를 주제로 잡았다”고 소개했다.

이어 “솔루션을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상비약 관리로 방향을 바꾸게 되었고, 최종적으로 ‘필리오’라는 어플리케이션을 출시하게 됐다”고 했다. 맵퍼스 팀의 어플리케이션은 현재 시중에 출시된 상태로, 지금은 외부 홍보에 집중하고 있는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2년 반 동안 팀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다고 했다. 디자이너를 맡은 오즈, 김경은(19) 씨는 “팀 내 갈등도 있었고, 할 일도 많아서 힘들 때도 있었다”면서도 “거꾸로캠퍼스 친구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소통하는 법을 배운 것 같고, 많이 성장한 것 같아 스스로가 기특하다”고 했다.
맵퍼스 팀의 2025년 청소년 국제 올림피아드 은상 수상 사진 (사진=거꾸로캠퍼스 제공)
맵퍼스 팀의 2025년 청소년 국제 올림피아드 은상 수상 사진 (사진=거꾸로캠퍼스 제공)개발을 맡은 헐드, 송승환(19) 씨는 “요즘은 오전, 오후 내내 팀 프로젝트를 하는데, 매일 그러다 보면 팀원들이 가족 같다”며 “어플리케이션이 출시되고 나니 내가 이걸 만들었다는 게 뿌듯하다”고 했다. 맵퍼스 팀은 프로젝트가 끝나고 난 뒤 대회에서 받은 상금으로 상하이 여행을 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만들어둔 정답 대신, 세상에 질문하고 사고하는 힘”

AI가 점점 더 많은 것들을 대체하는 시대, 학생들에게 진짜 필요한 교육은 무엇일까. 고민의 흔적이 거꾸로캠퍼스라는 공간과 구성원들에게서 드러났다. 이곳에서 만난 학생들은 “누군가 시키지 않아도,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찾아 해나갈 힘”을 길렀다고 입을 모아 말했다.

이미 닥쳐온 변화와 흐름을 읽고, 그로 인해 생겨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키우고, 다가올 미래를 상상하고 질문하는 것. 알 수 없는 미래지만, 거꾸로캠퍼스가 학생들에게 심어주고 싶은 건 이런 힘이다.

한편, 거꾸로캠퍼스는 12일 학교 설명회를 기점으로 입학 전형을 시작한다. 만 16세에서 19세 사이의 청소년이라면 누구나 지원할 수 있다. 다만 입학 전 학생이 직접 입학 설명회를 듣고, 학교 수업에도 참관해야 한다.

이진호 기자/이채원 대학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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