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세상교육②] 거꾸로캠퍼스 이정백 교장 “시대 변화에 응답하는 교육 필요해”
입력2026.01.31 20:38 수정2026.01.31 20:38 이진호 기자
거꾸로캠퍼스 이정백 교장 (사진=거꾸로캠퍼스 제공)
“이따 봐요, 쩜백!”
거꾸로캠퍼스 학생들이 교장 선생님을 부르는 방식이다.
학교에서 ‘쩜백’으로 불리는 이정백 교장은 10년간 공교육 교사로 일했다. 교육을 더 나은 방향으로 변화시키고 싶다는 마음은 내내 품고 있었다. 학생들에게 진짜 필요한 교육이 무엇일지 고민한 끝에 거꾸로캠퍼스에서 교사로 일을 시작했다.
2022년부터는 교장을 맡아 일종의 실험실인 이 학교를 학생들과 함께 만들어나가고 있다. 지난 5일, 거꾸로캠퍼스의 한 미팅룸에서 이정백 교장을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거꾸로캠퍼스의 오전 수업 ‘코어랩’이 진행되는 모습 (사진=거꾸로캠퍼스 제공)
거꾸로캠퍼스란 어떤 학교인지 소개 부탁드려요.
“거꾸로캠퍼스는 삶에서의 자기 주도성과 협력적 문제 해결 능력을 중요시해요. 두 역량을 가장 잘 기를 수 있는 교육인 팀 프로젝트 기반 수업을 주요 교육 과정으로 갖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를 포함해 전 세계가 역량 중심 교육에 주목하고 있어요. 개념은 오래전 등장했지만, 학교 교육 과정으로 구현됐을 때의 모습을 구체적으로 그리는 모델은 많지 않거든요. 거꾸로 캠퍼스는 역량 중심 교육이 실제로 구현된 모델 중 하나라고 봐요.”
거꾸로캠퍼스에서 일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시대와 사회는 많이 변했으니, 그런 사회에서 잘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을 만드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죠. 교사와 학생의 역할을 뒤집는 거꾸로 교실을 실제로 실천했었고요. 다만 공교육 교사로서 나의 수업을 변화시키는 것만으로는 한계를 느꼈어요. 그러던 차에 거꾸로 교실을 실천하는 선생님들이 모여서 거꾸로캠퍼스라는 학교가 만들어졌다는 걸 알게 됐어요. 1년 정도 공교육에서 변화를 만들어보려다가 거꾸로캠퍼스에 합류했어요. 교사로서는 학교를 어떻게 바꿔볼 수 있을지, 이 모델이 진짜로 이 시대에 가장 필요한 학교와 교육의 모습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 고민을 했고요. 3년이 지나 2022년에 교장이 됐고, 갖고 있던 고민들을 현실화시키려 하고 있어요.”
거꾸로캠퍼스만의 규칙과 문화는 어떻게 만들어졌나요.
“학년, 선생님, 시험 경쟁, 성적표, 캠퍼스, 강의, 졸업장이라는 게 전부 다 지금의 학교가 갖고 있는 요소죠. 거꾸로 캠퍼스에서는 항상 WHY에 집중하는 것 같아요. 왜 이런 것들이 필요할까? 우리가 이루려고 하는 목표가 뭘까? 결국 시대에 필요한 교육, 진짜 역량 중심 교육 모델을 만들 때 이런 요소들이 꼭 있어야 하는가에 대한 반문과 성찰을 하게 됐어요. 자연스럽게 이런 요소들을 없애고 진짜 필요한 것들로만 채워야겠다고 생각했죠.”
거꾸로캠퍼스가 미래 교육 실험장이라고 언급하신 적 있는데, 시행착오는 없었나요.
“지금의 형태가 되기까지 많은 변화가 있었어요. 처음에는 학생의 의사를 물어보고 수업 주제를 정하기도 하고, 주제 콘테스트 같은 것도 해봤죠. 4명 정도가 팀이 돼서 주제를 선정하고 발표한 뒤에, 투표해서 다수결에 따라 주제를 정하는 방식이에요. 학생 주도적이고 재밌는 방법이긴 했지만, 의견 모으기도 쉽지 않았고 정작 수업이 세상을 이해하는 창으로써 잘 기능하고 있는 건지 고민하게 됐어요. 그래서 정착한 게 지금의 모델이에요. 학생들이 코칭 교사들의 수업을 듣기만 하는 게 아니라, 팀별로 소주제 프로젝트를 진행하니 자율성이 있죠. 물론 이 모델도 계속해서 발전할 여지가 있겠지만, 새로운 교육 모델로서 지속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해요. 공교육계나 해외에서도 미래 교육 모델로써 주목받고 있고요.”
거꾸로캠퍼스에서는 실패를 어떻게 다루는지 궁금합니다.“요즘 실패에 대한 고민도 많이 해요. 학생들이 주요 교육과정인 사회 문제 해결 프로젝트를 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시도와 실패를 하지만, 실패를 통해서 배워야 한다는 공통의 문화는 형성돼 있는 것 같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패라는 건 항상 힘든 거잖아요. 그래서 마침 내일모레 졸업생과 재학생을 모아서 실패를 주제로 토크쇼를 해요. 프로젝트 진행 과정에서 어떤 실패가 있었고, 그 실패를 통해서 어떻게 성장했고, 돌이켜 보니까 어떤 의미가 있었는지 나눌 계획이에요. 실패를 겪으면 성장할 기회가 열릴 것이라는 메시지를 주려고 하고요. 실제로 졸업생들은 ”밖에서 나가서 실패하면 일어서기 어렵지만, 이 안에서는 얼마든지 실패해도 괜찮다“고 하더라고요.”
실패 회고 토크쇼 모습 (사진=거꾸로캠퍼스 제공)
학교 안 디지털 기기 사용이 자유로운 이유가 있나요?
“처음 시작할 때부터 학생들이 디지털 기기를 가지고 오게끔 했어요. 교육에서는 BYOD(Bring your own Device)라고 불러요. AI와 마찬가지로, 지금은 모든 사람이 디지털 기기를 활용해서 일하는 시대잖아요. 그런데 사용을 금지시킨다면 디지털 기기의 한쪽 측면만 보는 건 아닐까 생각하게 됐어요. 물론 많은 청소년, 아동이 디지털 기기를 소비형으로만 받아들이는 게 문제이고 경계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디지털 기기를 소비 도구가 아니라 생산적인 도구로 보면 내가 할 수 있는 일의 폭이 훨씬 더 넓어져요. 학생들에게 맥북을 사용하게끔 하는데, 학습과 학생들의 창의적 도구로 사용하는 데 혁신적인 역할을 했다는 근거로 애플 측에서 우수학교로 선정되기도 했어요.”
그렇다면 거꾸로캠퍼스에서는 AI를 어떻게 교육하나요.
“교육계에서 AI를 바라보는 여러 시각이 있죠. 다만 AI를 학생들이 사용하지 않게 하는 것이 과연 가능할까 싶어요. 학교에서 사용하지 말라고 하더라도 학생들은 어디선가, 어떻게든 AI를 사용할 거거든요. 그리고 학생들이 진짜 살아갈 세상을 준비할 수 있는 교육을 목표로 한다면, 학생들이 과연 AI를 빼놓고 살아갈 수 있는가? 그건 절대 아니라고 봐요. 그래서 ‘나’를 중심으로 AI를 사용하고, 비판적으로 볼 줄 알아야 한다고 교육하죠. 나에 대한 이해, 내가 실제로 구현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명확한 생각이 있어야 AI를 훨씬 더 잘 사용할 수 있을 거라고 봐요. AI가 나를 대신하게 하는 게 아니라 내가 할 수 있는 것의 폭을 넓힐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한 거죠.”
지금 거꾸로캠퍼스가 갖고 있는 가장 큰 고민은 무엇인가요?
“수업을 통해서 AI 교육을 하고 있지만, 아직은 AI가 수업과 교육에 활용된 지가 그렇게 오래되지 않았잖아요. 디지털 기기는 학생들한테 좋은 창의적 도구로 사용될 수 있다고 보는데, AI는 검증됐다고 보기에는 역사가 너무 짧아요. 그래서 AI가 이 사회, 교육 그리고 학교를 어떻게 바꿔놓을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있어요. 학교 전체가 AI를 대하는 태도와 방법은 어떻게 정해야 할지, 학교 안에서의 규칙, 문화에는 어떻게 도입해야 할지 고민 중이에요.”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이런 교육을 지속해 나갈 수 있는 힘은 공감하시는 분들이 늘어나는 데서 오거든요. 다만 대한민국 사회에서 다른 공교육이 아닌 다른 트랙을 내가 바라본다는 건 여전히 쉽지 않은 일이죠. 다만 지금 우리 아이한테 정말 필요한 교육이 무엇일지 새로운 질문을 던져보는 게 중요할 것 같아요. 꼭 공교육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경우가 아니어도 말이죠. 우리 아이한테, 지금의 청소년에게 어떤 교육이 필요할지 고민해 보시고, 이 시대를 잘 살아가는 데 필요한 교육이라는 데 공감이 된다면 동참해 주셨으면 해요.”
이진호 기자 jinho23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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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세상교육②] 거꾸로캠퍼스 이정백 교장 “시대 변화에 응답하는 교육 필요해”
거꾸로캠퍼스 학생들이 교장 선생님을 부르는 방식이다.
“거꾸로캠퍼스는 삶에서의 자기 주도성과 협력적 문제 해결 능력을 중요시해요. 두 역량을 가장 잘 기를 수 있는 교육인 팀 프로젝트 기반 수업을 주요 교육 과정으로 갖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를 포함해 전 세계가 역량 중심 교육에 주목하고 있어요. 개념은 오래전 등장했지만, 학교 교육 과정으로 구현됐을 때의 모습을 구체적으로 그리는 모델은 많지 않거든요. 거꾸로 캠퍼스는 역량 중심 교육이 실제로 구현된 모델 중 하나라고 봐요.”
거꾸로캠퍼스에서 일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거꾸로캠퍼스만의 규칙과 문화는 어떻게 만들어졌나요.
“학년, 선생님, 시험 경쟁, 성적표, 캠퍼스, 강의, 졸업장이라는 게 전부 다 지금의 학교가 갖고 있는 요소죠. 거꾸로 캠퍼스에서는 항상 WHY에 집중하는 것 같아요. 왜 이런 것들이 필요할까? 우리가 이루려고 하는 목표가 뭘까? 결국 시대에 필요한 교육, 진짜 역량 중심 교육 모델을 만들 때 이런 요소들이 꼭 있어야 하는가에 대한 반문과 성찰을 하게 됐어요. 자연스럽게 이런 요소들을 없애고 진짜 필요한 것들로만 채워야겠다고 생각했죠.”
거꾸로캠퍼스가 미래 교육 실험장이라고 언급하신 적 있는데, 시행착오는 없었나요.
거꾸로캠퍼스에서는 실패를 어떻게 다루는지 궁금합니다.
“처음 시작할 때부터 학생들이 디지털 기기를 가지고 오게끔 했어요. 교육에서는 BYOD(Bring your own Device)라고 불러요. AI와 마찬가지로, 지금은 모든 사람이 디지털 기기를 활용해서 일하는 시대잖아요. 그런데 사용을 금지시킨다면 디지털 기기의 한쪽 측면만 보는 건 아닐까 생각하게 됐어요. 물론 많은 청소년, 아동이 디지털 기기를 소비형으로만 받아들이는 게 문제이고 경계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디지털 기기를 소비 도구가 아니라 생산적인 도구로 보면 내가 할 수 있는 일의 폭이 훨씬 더 넓어져요. 학생들에게 맥북을 사용하게끔 하는데, 학습과 학생들의 창의적 도구로 사용하는 데 혁신적인 역할을 했다는 근거로 애플 측에서 우수학교로 선정되기도 했어요.”
그렇다면 거꾸로캠퍼스에서는 AI를 어떻게 교육하나요.
“교육계에서 AI를 바라보는 여러 시각이 있죠. 다만 AI를 학생들이 사용하지 않게 하는 것이 과연 가능할까 싶어요. 학교에서 사용하지 말라고 하더라도 학생들은 어디선가, 어떻게든 AI를 사용할 거거든요. 그리고 학생들이 진짜 살아갈 세상을 준비할 수 있는 교육을 목표로 한다면, 학생들이 과연 AI를 빼놓고 살아갈 수 있는가? 그건 절대 아니라고 봐요. 그래서 ‘나’를 중심으로 AI를 사용하고, 비판적으로 볼 줄 알아야 한다고 교육하죠. 나에 대한 이해, 내가 실제로 구현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명확한 생각이 있어야 AI를 훨씬 더 잘 사용할 수 있을 거라고 봐요. AI가 나를 대신하게 하는 게 아니라 내가 할 수 있는 것의 폭을 넓힐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한 거죠.”
지금 거꾸로캠퍼스가 갖고 있는 가장 큰 고민은 무엇인가요?
“수업을 통해서 AI 교육을 하고 있지만, 아직은 AI가 수업과 교육에 활용된 지가 그렇게 오래되지 않았잖아요. 디지털 기기는 학생들한테 좋은 창의적 도구로 사용될 수 있다고 보는데, AI는 검증됐다고 보기에는 역사가 너무 짧아요. 그래서 AI가 이 사회, 교육 그리고 학교를 어떻게 바꿔놓을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있어요. 학교 전체가 AI를 대하는 태도와 방법은 어떻게 정해야 할지, 학교 안에서의 규칙, 문화에는 어떻게 도입해야 할지 고민 중이에요.”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이런 교육을 지속해 나갈 수 있는 힘은 공감하시는 분들이 늘어나는 데서 오거든요. 다만 대한민국 사회에서 다른 공교육이 아닌 다른 트랙을 내가 바라본다는 건 여전히 쉽지 않은 일이죠. 다만 지금 우리 아이한테 정말 필요한 교육이 무엇일지 새로운 질문을 던져보는 게 중요할 것 같아요. 꼭 공교육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경우가 아니어도 말이죠. 우리 아이한테, 지금의 청소년에게 어떤 교육이 필요할지 고민해 보시고, 이 시대를 잘 살아가는 데 필요한 교육이라는 데 공감이 된다면 동참해 주셨으면 해요.”
이진호 기자 jinho23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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